산신기도와 민속신앙


이 우주법계에는 무수히 많은 신들이 있습니다. 불교가 무신론이라고 하는 것은 신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처럼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신(神)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지 신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엄경 <세주묘엄품>에 보면 우주법계에는 수많은 신들이 가득 차있다 하였고 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들이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때에 구름처럼 모여 들어서 설법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화엄경의 대의를 요약한 <화엄경 약찬게>에 보면 "집금강신신중신 주성신중주시신 주산신중주림신 주약신중주가신 주하신중주해신 주수신중주화신 중풍신중주공신 주방신중주야신"이라고 하여 수없이 많은 신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산을 맡은 산신을 주산신(主山神)이라고 하는데 그 수도 한량없이 많고 그 모두가 청정한 법의 눈을 얻은 이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에는 한량없는 여러 종류의 산들이 있는데 이 산들마다 그 산을 주관하는 산신들이 있고 그들이 모두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얻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이 이 주산신을 산신령 또는 산왕대신이라고 하여 숭배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부터였습니다. 그러므로 산신신앙은 우리 민족의 고유신앙입니다.

우리의 전설 속에는 산신령과 얽힌 설화가 아주 많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산신과 얽혀 있다는 것도 아실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이 산신과 무척 가까운 사이였던 것입니다. 산신은 으레히 선한 사람을 도와주고 악한 사람을 벌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상징으로 여겨온 것입니다.

그래서 전에는 명절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는 마을 공동으로 산신령님께 재를 올려 해마다 풍년이 들고 마을에 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빌어 왔던 것입니다. 특히 산을 끼고 살아가는 산아래 마을에서는 산제를 더욱 정성스럽게 올렸고 부정을 막기 위해 제주(祭主)는 미리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제를 준비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민속신앙이기도 한 이 산신에 대한 신앙은 우리 불교와는 아주 오래전부터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무척 포용심이 많은 종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자체가 모든 중생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대자비심이 그 근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교는 나라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이를 부처님의 가르침 안으로 끌어들여 불교화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기독교가 전파되는 곳마다 그 나라의 고유신앙을 부정하고 배척함으로써 피를 흘리는 잔인한 일들을 수없이 저질렀습니다. 기독교의 교리는 그들이 믿는 신 외에는 절대로 다른 신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계율인 십계명의 첫째가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십계명은 여호와라는 신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내렸다고 하는 십개조의 계시인데 그 첫째가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번은 "우상을 만들어 절하고 섬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다른 신을 인정한 다거나 다른 형상에 예배하는 것은 그들의 계명에 위배되는 행동이 됩니다. 그러나 불교는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위대한 선각자의 깨달음을 믿고 의지하여 우리도 다같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처럼 되자는 종교입니다.

부처님은 신이 아니라 진리를 깨달으시고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들의 자비로운 어버이가 되시고 스승이 되신 분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예불을 드릴 때마다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이라고 합니다.

지심귀명례란 "지극히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목숨을 바쳐 귀의한다."는 말입니다. 누구에게 위의한다는 말인가요? 바로 부처님에게이지요, 부처님은 삼계의 대도사요. 사생의 자부이시기 때문입니다. 삼계는 이 세상 전체를 말합니다. 단지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세상만이 아니라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광대무변한 한량없이 크고 넓은 불가사의한 세계가 이 삼계 속에는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계는 욕계, 삼계, 무색계(欲界, 色界, 無色界)라고 말하는데 욕계는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세계 즉 모양이 있는 세계입니다. 그러나 색계는 겉모양으로는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신이라고 하는 존재의 모습은 눈으로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이런 존재들이 사는 세상이 색계지만 색계는 욕심이 있는 중생들의 세상입니다. 그러나 무색계는 모습도 없고 욕심도 없지만 아주 미세한 욕망은 조금 남아 있는 더 수준이 높은 하늘사람들의 세상을 말합니다. 부처님은 이 모든 세상 즉 사람 뿐만이 아니라 이 땅의 여러 신들과 하늘 사람들에게도 도사가 되십니다.

부처님을 도사라고 하는 것은 길거리에서 점을 치고 사주를 보는 사람들을 일컫는 그런 도사가 아니라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무슨 길을 인도하느냐? 바로 진리의 길, 행복의 길로 우릴 중생들을 인도하시는 대도사이십니다. 사생자부라고 하는 말은 <네 가지 형태의 생명들의 자비로운 아버지>라는 말입니다. 네 가지 형태의 생명이란 태속에서 태어나는 생명, 알속에서 부화되어 나오는 생명, 습기로 인해 태어나는 생명화하여 태어나는 생명을 네 가지의 형태의 생명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모두 이 네 가지 방법에 의하여 출생합니다. 신(神)도 이 네 가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부처님은 인간이나 새나 짐승이나 물고기나 신에게도 아버지가 되는 분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불자들은 다른 신을 공경한다고 해서 부처님을 배반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신들도 선한 신은 우리 부처님처럼 부처님을 숭상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부처님의 제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절에서 부처님만 아니라 여러 신장님에게도 기도를 하지 않습니까? 특히 신중기도를 많이 하는데 신중이란 바로 부처님의 법을 옹호하는 호법신장님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호법신장들 가운데는 사천왕도 있고 용왕도 있고 산신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산신을 숭배하는 것은 부처님의 정법을 옹호하는 호법신장인 산왕대신(山王大神)을 받드는 것인 동시에 우리 조상들이 예부터 섬겨오던 산신령을 받드는 일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무당들이나 점쟁이들이 울긋불긋하게 그림을 그려놓고 복을 비는 산신령과는 다른 산신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산신은 곧 호법신장이기 때문입니다.

호법신장이란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고 삿된 신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신령스러운 분들인데 산신도 이 호법신장님의 한 분이신 것입니다. 산신이 바로 호법신장이므로 정도에 어긋난 소원을 가지고 기도를 해서는 성취될 수 없습니다. 무당이나 점쟁이들이 남을 해치고 자기만 잘 되게 해 달라는 기도도 하는데 이런 기도를 받아주는 신은 산신이 아니라 그들은 산신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나쁜 귀신무리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곳에서 기도를 하고 무엇인가 성취했다고 하면 반드시 그 댓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그러나 절에서 모시는 산신은 그런 잡신이 아니라 바로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는 바른 신이요, 불자들을 도와주는 선신(善神)입니다. 그래서 절에서는 으레히 절 도량의 한 켠에 전각을 따로 짓고 산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이 중생제도를 위하여 여러 가지 방편으로 몸을 바꾸어 이 세상에 나타나신다는 사실을 아시지요?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대세지보살님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몸을 바꾸어 자재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몸으로 바꾼다는 것은 그 방편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산왕대신은 우리 불자들에게 어떤 일을 하시느냐? 산왕대신은 나쁜 귀신들을 억눌러 꼼짝 못하게 함으로써 재앙을 없애주고 복을 내려준다고 했습니다. 산왕대신은 여러분의 기도에 감동해서 집안의 모든 재액을 물리쳐 주는 매우 현실적인 일을 해서 우리 불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부처님을 잘 믿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부처님의 제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산신기도를 할 때에도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에게 기도하는 것처럼 올바른 신심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산왕대신은 바로 부처님의 도량을 수호하고 부처님의 정법을 보호하는 호법신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깨끗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바른 소원을 가지고 기도를 하면 반드시 산신의 가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산왕대신의 신령스러운 신통력이 골고루 베풀어져서 가정의 모든 액난이 소멸하고 아울러 여러분의 바른 소원이 다 성취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